"대한민국에서 제일 크다"…3만6천평 '부엌' 만든 이유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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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1.06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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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제일 크다"…3만6천평 '부엌' 만든 이유 들어보니


새 도전 나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조리공간이었던 부엌 역할은
단순 취식 공간으로 줄어들어

식품 최고가치는 맛에 있으며
맛은 식재료 신선함에서 비롯

앞으로 프리미엄에 주력할 것
재료·조리·유통·배송 한번에


대담 = 김경도 유통경제부장


김홍국 하림 회장이 16년 전인 2005년 8월 매경춘추에 '부엌의 가출'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그는 "식생활이 풍요로워질수록 부엌 면적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부엌 기능 가운데 식재료 저장과 조리 기능이 식품 공장으로 떨어져 나가고, 부엌은 단순 취식 공간으로 머물게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의 전망은 16년이 지나 현실이 됐다. 전통가옥 면적에서 30% 넘게 차지했던 부엌은 현재 7%로 줄어들었다. 김 회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하림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부엌을 갖고 있다"며 "기존 축산육류 전문 그룹에서 종합식품서비스그룹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왜 종합식품기업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나.

▷16년 전 칼럼에서 쓴 대로 현실이 됐다. 우리 사회가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부엌의 기능 대부분이 주택에서 가출해 식품 가공 공장으로 가게 되고, 이런 새로운 주방이 식품 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실제 하림은 4년여 사전 준비를 거쳐 2018년 2월 전북 익산시 함열읍의 12만709㎡(약 3만6500평) 용지에 식품 가공 공장인 '하림 퍼스트 키친(first kitchen)'을 짓기 시작했고 올해 완공과 동시에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즉석밥, 라면, 가정간편식(HMR) 등을 생산하고 있다. 오래전 그렸던 종합식품서비스에 대한 청사진을 현실화했고, 그 결과 하림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부엌을 갖게 된 것이다.

―하림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집 안에 있는 주방은 조리와 식사를 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점차 조리보다 식사 중심의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조리하는 기능은 '가출'해 식품 공장으로 집결했다. 이제 식품 공장이 부엌에서 하던 조리를 대신하고 가정의 부엌은 간편식이나 배달음식 등을 데우거나 간단한 조리만을 거쳐 식사하는 곳이 됐다. 즉 세컨드 키친이 된 것이다.

하림의 퍼스트 키친은 부엌이 가졌던 요리 기능을 가져온 곳이다. 부엌처럼 재료와 양념을 직접 다루고 육수를 직접 끓인다. 부엌에서 하는 요리보다 더 신선하고 맛있고 청결하고 더 경제적으로 만든다. 마치 장인 셰프들의 주방처럼 재료를 다루고 고급 레시피로 음식을 조리한다.

―종합식품기업 계획은.

▷식품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변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음식을 직접 조리하기보다 구매하는 데 익숙하고 식품을 패션처럼 대한다. 하지만 식품 품질에 대해선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다. 식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내가 먹는 식품이 어떤 식재료로 어떤 조리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고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라와 있는지 궁금해한다.

이런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식자재 생산 조달부터 식품 제조·가공·유통·배송의 전체 가치사슬을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림은 오랫동안 이런 가치사슬을 얼마나 잘 연결시키고 통합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며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식품의 최고 가치는 맛에 있으며 그 맛은 식재료의 신선함에서 비롯된다는 식품철학을 정립했다. 식재료의 신선도는 식품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불가역적인 요소다. '자연소재와 신선함으로 삶을 맛있게'라는 슬로건, '미식 생활이 되다'라는 '더(the) 미식' 브랜드가 모두 이 철학과 원칙에서 나온 것이다. '자연, 신선, 최고의 맛'이라는 우리의 식품철학과 '신선하지 않으면 들이지 않고 최고의 맛 아니면 내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킨다면 고객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미식' 브랜드 첫 제품인 장인라면 반응은 어떤가.

▷출시 30일 만에 300만봉이 판매된 것을 보면 신개념 국물 라면에 대한 시장과 소비자가 분명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어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댓글을 보면 60%가 긍정 평가, 나머지 40%가 부정 평가다. 부정적으로 반응한 40% 중 90%가 가격을 얘기한다. '더 미식 장인라면'은 기존 라면과 다르다. 배고파서 한 끼 때우는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 같은 라면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라면'이란 이름으로 같이 불리지만 우리 라면은 기존 라면과 카테고리가 다르다고 본다. 제대로 만들어 제값을 받겠다는 우리 신념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진짜 제품이어야 밀고 나가는 힘이 강하고, 오래도록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은 하림이 35년 동안 현장에서 체득한 진리다.

―계속 프리미엄 제품이 나오는가.

▷그동안 개발한 프리미엄 라면을 하나씩 출시할 계획이다. 냉잇국라면, 아욱라면, 된장라면, 곰탕라면 등이다. 곰탕라면은 큼직하게 씹히는 고기가 일반 곰탕만큼 들어간다. 보존제나 첨가제를 넣지 않고 만두 안에 있는 균을 99.99% 죽여 한 달 정도 보관이 되는 냉장만두도 내년 3~4월부터 생산한다. 삼계탕, 갈비탕, 핫도그 등도 시장에 점진적으로 내놓을 것이다. 모두 '더 미식' 브랜드로 나온다.

―장남 준영 씨에게 편법으로 경영 승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과거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일부 회사(올품)를 아들에게 증여했는데 사람들이 경영권 승계로 오해한다. 경영 승계는 앞으로 10~15년 후에나 할 수 있는 얘기다. 하림그룹의 인재 육성 기본 원칙이 적성을 찾아주고 적성에 맞게 일을 맡기며 지속적인 교육 훈련을 통해 그 적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2세 역시 이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올품에 대한 계열사들의 부당 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다.

―공정위에 불복 소송할 계획이 있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시정하고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재정비할 것이다. 다만 제재 처분에 과도한 부분이 있다면 합리적으로 처리될 수 있는지 검토해볼 생각이다.

"양재동 도시첨단 물류단지는 서울 경쟁력 높일 공공재"


쓰레기 자원화하고 상생 거점
AI·빅데이터·로봇기술 응용
현재 구체적 사업계획 준비중

하림그룹의 숙원 사업인 서울 서초구 양재 도심첨단물류단지(도첨단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물류센터를 만들려는 하림과 이에 반대하는 서울시 도시계획국 간 갈등 끝에 지난 8월 감사원이 하림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지난 11월에는 9만4949㎡(약 2만8800평) 용지를 보유한 NS쇼핑이 하림지주 직할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물류단지 조성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뿐 아니라 자금 조달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게 됐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도첨단지는 서울의 세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공공재"라며 단지를 신속하게 조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재 도첨단지는 어떤 종류의 사업인가.

▷물류단지는 일반물류단지와 도시첨단물류단지로 나뉜다. 경기도에 있는 것들이 주로 일반물류단지에 속한다. 도첨단지는 우리가 처음 만드는 것이다. 물류와 유통, 지원 설비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복합 개발해 미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물류센터를 단순히 자동화하고 첨단화하는 개념이 아니다.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생활 물류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고 유통과 물류,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융복합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필수 도시 인프라스트럭처를 만드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옛 한국화물터미널 용지는 2016년 국토교통부에 의해 도첨단지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도첨단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물류유통복합단지 조성 사업인 데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라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 검토할 사안이 많아 추진이 다소 지연됐다. 서울시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 물류 유통 산업과 연관 산업의 육성 개발에 도움이 돼야 하는 만큼 디지털 경제 시대에 걸맞은 도시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도첨단지를 복합 개발하는 것은 단순히 공급사슬을 통합하거나 배송 효율화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디지털 기반 경제에서 제조·물류·유통이 동일 공간에서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새 성장동력을 창출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어떤 구상을 준비 중인가.

▷6가지 비전을 갖고 있다. △배송 쓰레기 없는 물류 실현 △단지 내 음식물 쓰레기 100% 자원화 △택배 노동자를 위한 안전한 근로 여건 제공 △탄소 배출 없는 클린 에너지 운송 △도시·농촌·중소기업의 상생 △초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집적화 등이다. 도첨단지 입주 시설과 기능이 상호작용하고 융복합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은 직접 갖고 있을 필요 없이 장비를 사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건물을 짓는 동시에 이런 첨단 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도첨단지 도입 취지, 서울시의 세계 경쟁력 제고, 산업 발전의 신동력 창출 등 다각적인 목표를 두고 추진할 생각이다. 법률이 정한 인허가 절차가 있기 때문에 서울시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있고,

내년 하반기 정도 심사를 거쳐 결정 나면 공사는 이후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1957년 전북 익산 출생 △1978년 이리농고 졸업 △1998년 호원대 경영학과 졸업 △1990년 하림 대표 △2000년 전북대 경영대학원 △2001년 하림그룹 회장 △2013년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2018년~현재 하림지주 대표이사 회장

 


[진영화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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